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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명의 성난 사람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시드니 루멧이 감독한 미국의 고전 법정 드라마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와 12명의  배심원들의 성격, 배경, 편견등을 알아보았습니다.

    영화 소개

    "12명의 성난 사람들" 이야기는 12명의 배심원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유무죄를 심의하는 임무를 맡은 단 하나의 방에서 펼쳐집니다. 초기 투표는 유죄 판결에 대해 만장일치로 보였지만 한 명의 배심원은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피고의 유죄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는 증거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하고, 다른 배심원들이 자신의 입장을 재고하도록 설득합니다.

    심의가 진행되면서 영화는 배심원들의 다양한 배경, 편견, 성격을 파헤칩니다. 갈등과 편견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열띤 토론을 이어 갑니다.

     

     

    영화 줄거리

    소년은 아버지를 죽인 죄로 지금 법정에 앉아 있습니다. 12명의 배심원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소년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제 12명의 배심원들이 작은 방에 모였습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딱 하나의 결론을 내야 합니다. 도출된 결론은 만장일치여야 합니다. 12명 중 유죄 11명 무죄 1명이 손을 듭니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소년이 유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8번 배심원 딱 한 명입니다.

    8번 배심원 역시 소년이 무죄라고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죄에 손을 들지 않은 걸까요? 8번 배심원은 자신이 느낀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증거물로 제출된 칼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칼이라고, 그래서 이 칼이 소년이 유죄라는 확실한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밤중에 도망치는 소년을 목격했다는 아래층 노인의 증언에 대해서는 자기 방식으로 검증해 봅니다.

    8번 배심원은 지금 소년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다른 배심원들에게 요구하는 건 진지한 태도입니다.

    그런 그에 태도는 조금씩 확장되고, 전파되어 배심원들의 태도가 바뀜에 따라 논의는 깊고 풍부해집니다.

    이들은 두 가지 사례를 듭니다. 아래층에 사는 노인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자 배심원들은 무척 혼란스러워합니다. 왜 굳이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건 배심원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은 할아버지 배심원입니다.

    죽은 아버지의 몸에는 위에서 내려 찍은 듯한 칼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빈민가에서 자란 배심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흔적이 몹시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팔짱을 끼고 사건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제 팔을 걷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이 소년이 정말 유죄인지를 따져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일부의 배심원들은 자기가 내린 결론을 끝까지 고집합니다.

    그중에는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10번 배심원은 빈민가 출신의 아이들이 다 그렇지,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혐오를 드러냈습니다. 나머지 배심원들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면서 자리를 떠나 버립니다. 그런데 사실 저런 식의 혐오 발언은 논의 초반에 많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때는 별 저항 없이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배심원들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대해 아예 듣기를 거부합니다. 

    10번 배심원은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스스로 논의 테이를 떠나게 됩니다. 그 이후로는 입을 열지 않습니다. 아마 자신의 잘못을 깊게 뉘우치지는 못했을 겁니다. 마음속으로는 다들 위선자라고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단호한 거절은 논의의 품격을 높여 줍니다. 편견에 사로 잡힌 혐오 발언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의 눈으로 함께 확인까지 했으니까요.

    3번 배심원은 마지막까지도 소년이 유죄라고 주장합니다. 그건 자신의 권리라고 말하면서요. 설득하기 위해, 그리고 납득하기 위해, 그들은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12명의 배심원들은 그 과정을 통해 소년이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결론을 낸 배심원들이 법원을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12명의 배심원들을 분석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계기로 자신의 의견을 바꿔 가는지를 보여주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민주주의의 모습도 합께 보여줍니다. 11:1이라는 스코어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죄에 손을 들었던 유일한 배심원 8번 배심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배심원들에게 진지한 태도를 요구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이상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8번 배심원의 직업은 건축가입니다. 현실 속에서 어떤 건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도면 위에서 설계를 하는 그 건축가라는 직업적 특성이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캐릭터와도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의견을 바꾼 배심원은 9번 할아버지 배심원입니다. 9번 배심원은 8번 배심원의 진지한 태도에 감명을 받아서 자기 의견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훌륭한 통찰력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다음으로 의견을 바꾼 배심원은 5번 빈민가 출신의 배심원입니다. 이 사람 역시 처음에는 증인의 이야기를 믿고, 소년이 유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8번과 9번 배심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증인의 이야기를 정말 신뢰해도 되는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배심원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의 결정을 무죄로 바꾸게 됩니다.

    빈민가 출신 배심원 다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바꾼 배심원은 11번 이민자 출신의 배심원입니다. 빈민가 출신의 5번 배심원이 부당한 편견에 대응하자 다른 사람들은 그냥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했죠. 하지만 이민자 출신의 11번 배심원은 빈민가 출신의 5번 배심원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편견을 생산해 내는 것은 주로 사회의 지배계급입니다. 그래서 그 편견을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건 빈민가 출신이나 이민자 출신처럼 상대적인 약자들입니다. 소년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이 배심원들은 다른 배심원들의 편견을 마주하면서 오히려 더 진지하게 이 논의에 뛰어들게 됩니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결정을 편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스코어는 8:4가 되었습니다. 논의가 격렬해짐에 따라 큰 소리도 나게 됩니다. 몇 차례 소란이 지나간 뒤, 다시 투표를 해 보니 결과는  6:6 동점이 되었습니다. 2번 배심원과  6번 배심원이 의견을 바꿨습니다. 이 두 사람이 왜 의견을 바꿨는지는 영화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건 아니죠, 빈민가 출신이라는 소년의 환경을 보고, 소년을 유죄라고 판단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애매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결정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바꾼 배심원은  2번과 6번 배심원인데요, 여기서 2번 배심원은 8번 배심원을 무척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6번 배심원은 9번 배심원에게 특별히 더 따뜻하고요, 이 두 사람은 사건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소년이 유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뀐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이렇게 나 다양합니다. 6:6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3명이 더해지면서 9:3으로 소년이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해집니다.

    의견을 바꾼 세 사람은 7번 , 12번, 1번 배심원입니다. 7번 배심원은 시종일관 가벼웠습니다. 야구를 보러 가야 된다는 이유로 논의를 빨리 :끝내려고만 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람이 의견을 바꾼 이유 역시 계속 이야기하는 게 지겨워서, 였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12번 배심원은 광고일을 하는 아주 능글맞은 사람이었습니다. 진지한 애기보다는 가벼운 잡담만 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왜 이제 와서 의견을 바꾼 걸까요? 전반적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취향을 읽고 거기에 맞춰야 하는 광고회사 직원이라는 설정과 그의 결정이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1번 배심원은 의장 역할을 하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감지하고, 자신의 의견을 바꿉니다. 영화 내내 자기주장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상황을 조율해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관료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3명입니다. 이 사람들은 전체적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죠, 이 중에서 가장 먼저 함락되는 건 10번 배심원입니다. 이 사람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신의 혐오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받게 됩니다. 그다음 입장을 바꾼 배심원은 주식 거래 일을 하는 4번 배심원입니다. 이 사람은 편견에 사로 잡혀 있지도 않고,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의 논리를 믿을 뿐입니다. 이 사람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자기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인 순간 아주 쉽게 의견을 바꿉니다. 

    마지막까지 의견을 바꾸지 않은 사람은 3번 배심원입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소년을 유죄라고 주장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년의 모습에서 자꾸만 자기 아들이 보였던 겁니다. 자신을 매정하게 떠나간 아들, 결국 3번 배심원은 아들에 대한 원망을 쏟아낸 뒤 유죄라는 자기 의견을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만장일치로 소년은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영화의 리뷰

    11:1에서  0:12까지 오는 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건축가인 8번 배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지혜로운 9번 배심원이 그런 8번 배심원에게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빈민가 출신과 이민자 출신 배심원의 합류로 스코어는 4:8이 됩니다. 2번과 6번 배심원은 8번의 매너를 흠모하는 마음과 9번에 대한 공경심으로 자기 의견을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6:6까지 되자 정치에 무관심한 7번, 대중의 흐름에 영합하는 12번, 정치적 판단을 잘하는 1번도 자기 의견을 바꿉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세 사람, 편견을 가지고 있던 10번은 논의 테이블에서 내쫓기면서 자기 의견을 바:꿨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던 4번은 상대측 반박에 납득하자마자 자기 의견을 쉽게 바꿨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3번 배심원이 아들에 대한 자기감정을 내려놓음으로써 12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소년은 유죄로 보기 어렵다. 8번 배심원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3번 배심원을 끝까지 챙겨 줍니다. 자신에게 몇 번이고 무례를 저지른 사람인데도 너그럽게 토닥여줍니다. 8번 배심원은 피고석에 앉은 게 그 소년이 아니라 3번 배심원이었더라도 오늘 보여준 것처럼 진지한 태도로 유죄 여부를 검토했을 겁니다. 그런 게 품격 아닐까요? 결론을 낸 12명의 배심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인 거겠죠, 만장일치로 단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긴 했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제 각각이었습니다.

    12명의 배심원은 성격도, 배경도 모두 달랐고, 그래서 설득되는 포인트들도 전부 달랐습니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민주주의인 거겠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논의에 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 논의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말로만 진행되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박진감 넘칠 수 있다니, 하고 감탄하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