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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오필리아의 죽음

    한 손에 꽃다발을 꼭 쥐고 물속에 떠 있는 여인, 여인의 이름은 오필리아이다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의 연인이다. 햄릿의 아버지인 왕이 햄릿의 숙부에 의해 살해당하고 나서, 햄릿은 복수의 칼을 갑니다. 그 과정 중 하나가 미친 척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미친 사람 행세를 하며, 복수의 순간을 기다리던 햄릿에게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커튼 뒤에 숙부가 숨어 있는 걸 발견하고 힘껏 칼로 찌릅니다. 그런데 커튼 뒤에 있던 사람은 숙부가 아니라 오필리아의 아버지, 즉 자기 연인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연인이 부친상을 당한 후 미쳐버리고, 그렇게 미친 연인은 결국 자기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는 오필리아는 그렇게 미쳐버립니다. 오필리아는 들로 숲으로 꽃을 꺾으며 돌아다닙니다. 오필리아는 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어 쓰고, 노래를 부르며 숲 속을 방황한다. 꽃을 엮어 만든 화관을 강가의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하다가 그만 버드나뭇가지가 꺾여 강물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자기가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늘 부르던 찬송가를 부르며, 그렇게 죽어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버지를 잃고 실성한 태 강물에 빠져 죽어가는 오필리아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초연합니다.

     

    라파엘 전파의 창시자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가 태어난 1851년 당시의 화가들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온 정형화된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때문에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라파엘로의 스타일을 따라 해야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예술이 공식처럼 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공식만 지킨다면, 누구든 유능한 화가가 될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필리아>를 그린 밀레이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특출한 예술적 재능으로 11살부터 영국 최고의 예술학교인 왕립 아카데미에 다녔던 밀레이, 그는 학교에서 배운 똑같은 구성과 테크닉으로만,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됩니다. 밀레이는 그림 속에 화가만의 생각과 의미가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모아 학교에서 배우는 아카데미 미술에 반기를 듭니다. 밀레이와 친구들은 지금의 예술이 르네상스 시대 라파엘로부터 왔으니 라파엘이 태어나기 이전의 예술로 돌아가자고 뜻을 합칩니다. 그리고 서로를 형제라 부르며, 라파엘 ()’파를 결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라파엘 이전의 형제들, 라파엘 전파의 탄생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라파엘 전파의 화가들이 싫어한 것은 라파엘로의 미술이 아니었습니다. 옛 거장들의 틀에 박힌 양식을 모방하는 왕립 아카데미방식에 반항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방법대로 완벽하고 이상적인 공식의 그림을 그리는 대신 산으로 강으로 이젤을 들고나갑니다. 그리고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꽃과 나무의 본연의 색을 담기 위해서 수년간 영국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청록색, 자주색, 보라색을 다시 쓰게 됩니다. 이렇게 밝고 다채로운 색의 활용은 당시엔 아주 혁신적이었습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사람만큼이나 배경이 되는 자연을 동등하게 중시했던 라파엘 전파, 창시자인 밀레이도 <오필리아>의 배경을 그리기 위해 엄청나게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이 쏙 드는 강가를 발견한 밀레이는 그 앞에 이젤을 가져다 놓고, 매일 11시간씩, 주6일, 꼬박 5달 동안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당대의 화가들도 배경을 그리기 위해 자연으로 나가긴 했지만, 대부분 간단한 스케치 작업 후 작업실로 돌아와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밀레이는 이 강가에서 5개월을 보내며,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모두 완성합니다.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영국, 밀레이는 그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야말로 극한직업에 가까웠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도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사정은 더 나빠집니다. 밀레이는 눈을 피하기 위해 움집을 짓고, 그 안에서 계속 작업을 강행합니다. 이렇게 집요한 관찰 끝에 밀레이가 그린 자연은 정말 사실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밀레이가 이토록 풀 하나, 꽃 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꽃말때문이었습니다.

    그림 속 <오필리아>의 꽃말

    완성하지 못한 화관을 쥔 손,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는 입까지 모두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밀레이는 꽃을 통해 영리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오필리아의 머리 위로 드리워진 수양버들은 버림받은 사랑, 버드나무 가지 주변에 자라고 있는 짙은 녹색의 쐐기풀은 고통을 뜻합니다. 오필리아의 목에 결려있는 제비꽃은 육체적 순결과 젊은 날의 죽음, 그의 뺨 옆에 있는 장미는 오필리아의 오빠 레이어스가 그를 ‘5월의 장미라고 부르던 것을 뜻합니다. 물론 젊음’, ‘사랑’, ‘아름다움의 의미도 있습니다. 오필리아의 오른손 주변에 떠있는 붉은 양귀비꽃은 깊은 잠죽음을 뜻합니다. 그 옆의 흰색 데이지꽃은 순결’, 오른편의 노란색 팬지꽃은 공허한 사랑을 뜻합니다. 팬지 왼편의 작고 붉은 아도니스꽃은 슬픔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림 오른편 덤블 속에는 구멍 세 개가 움푹 파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상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밀레이가 속해 있던 라파엘 전파 화가들은 눈으로 본 사실만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오필리아>의 자연 배경을 그리기 위해서 5개월 동안 한자리에 못 박혀 그림을 그렸던 밀레이, 그의 욕심대로라면 아마 오필리아의 실제 모델도 강 위에 띄워둔 채로 그리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대신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에게 드레스를 입고 물을 가득 채운 욕조 안에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오필리아의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

    극 중 내용 중에 햄릿은 자신이 사랑하던 연인,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실수로 죽이게 됩니다. 아버지를 죽인 삼촌으로 착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오필리아는 실성하게 되고, 결국 강에 빠져 죽게 됩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라는 화가가 햄릿을 읽고 감명을 받아 극 중 오필리아를 그리기로 마음먹고, 모델을 찾아 나섭니다. 우연히 모자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엘리자베스 시달을 보고, 모델을 해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시달은 상당한 미모였었는지 밀레이 말고도 다른 많은 화가들이 그녀에게 모델을 서 다라고 간청했다고 합니다. 밀레이의 노력이 통했는지 시달의 허락을 결국 받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밀레이는 시달의 미모에 굴하지 않고 실감 나는 그림을 위해 물을 채운 욕조에 시달을 들어 가게 합니다. 옷은 입은 채로였다고 합니다. 이 일로 시달은 독감에 걸려 거의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완성된 [오필리아]는 그 당시 배수로 잡초 사이의 오필리아라는 혹평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현재 이 그림의 가격이 무려 500억이라고 합니다. 시달은 모자 가게는 그만두고 여러 화가들의 그림 모델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미래의 남편이 되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를 만나게 됩니다. 로세티는 아버지가 교수였고, 그 자신도 문학과 미술에 재능이 많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로세티가 바람기도 장난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달이 마음에 들어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구애 끝에 둘은 1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동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기간동안 로세티도 많은 작품을 남기고, 세간의 호평을 받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거를 청산하고,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부유했던 로세티와 달리 가난했던 시달의 가정형편으로 인해 상당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몸이 약한 시달이 유산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로세티는 다른 여자 모델과 바람이 나게 됩니다. 심약했던 시달은 결국 약을 먹고 자결하게 됩니다. 시달이 죽고 나자 정신을 차린 로세티는 뒤늦은 사랑과 우울증속에서 죽은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 작품이 [베아타 비아트릭스]입니다. 몽환적인 배경에 시달이 눈을 감고 있고, 붉은 새 한 마리가 양귀비 꽃을 시달의 손위에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양귀비 꽃말이 덧없는 사랑으로 그녀의 죽음을 암시합니다. 여기서 스토리가 마무리되면 그래도 그럭저럭 애절한 사연으로 끝이 날 텐데, 애석하게도 시달이 죽자 로세티는 관 속에 함께 봉했던 자신의 시를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꺼내서 시집으로 출간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죄책감이 들었던지 이 일을 스스로 크게 자책하며,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면서 엉망진창의 삶을 살게 됩니다. 알콜 중독으로 손이 떨려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1882년 부활절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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